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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야기

시드니 왕복 16만원? 코로나19와 입국 금지 조치/항공권 가격/항공편 결항/환불 정책에 대하여

🕙 2020. 03. 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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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왕복 16만원, 탈 수 있는 항공권일까?

에어아시아 서울-시드니-서울 16만원

시드니 왕복 항공권이 16만원입니다. 아무리 저가항공이라도 기내 수하물만으로 여행한다면 시드니를 왕복하는데 16만원이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항공권을 구입해서 실제로 여행할 수 있을까요?

3/5 ~ 한국 출발로는 호주 입국/경유 금지 (호주 국민/영주권자는 자가 격리) - 외교부

지난 3월 5일부터 한국인은 한국 출발로 호주에 입국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16만원짜리 호주 왕복 항공권은 거의 무용지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탈 수 있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입국금지 조치가 4월 5일 이전에 풀릴 수도 있고, 호주 국민은 비록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하지만 입국할 수는 있으니까요.

서울-쿠알라룸푸르 왕복 5만원, 이건 탈 수 있을까?

에어아시아 서울-쿠알라룸푸르-서울 5만원

항공권 하나 더 보겠습니다. 서울-쿠알라룸푸르 왕복이 5만원입니다. 서울-부산 KTX 편도 운임 정도면 주말 낀 2박 4일 여정으로 말레이시아를 다녀올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역시 말도 안 되는 가격입니다. 그런데, 이 항공권도 한국인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3/13 ~ 한국 출발로는 말레이시아 입국/경유 금지 (말레이시아 국민 제외) - 외교부

3/13일부터 한국인이 한국 출발로는 말레이시아에 입국할 수 없습니다. 역시 4월 3일 이전에 입국 금지가 풀리거나 말레이시아 국민이 아닌 한 이 항공권을 이용해 말레이사를 갈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자세히 보면 경유도 금지입니다. 그럼, 처음에 살펴본 16만원짜리 시드니 왕복 항공권을 호주 국민도 탈 수 없다는 거네요. 호주 국민도 말레이시아에서는 외국인이니 경유할 수 없으니까요.

아니 그럼 탈 수 있는 사람도 거의 없는 항공권을 왜 팔고 있을까요? 4월이 아직 많이 남아서일까요?

항공편 결항 결정이 너무 늦다? - 에어아시아 사례

에어아시아 항공권 검색

에어아시아 홈페이지에서 인천-쿠알라룸푸르 항공권을 오늘(3/12) 검색해 보았습니다. 입국 금지가 시행되는 3월 13일 항공권도 여전히 팔고 있습니다. 과연 결항하지 않고 정상 운항할 수 있을까요?

3/12 D7 507 결항

오늘(3/12) 오전에 예정되었던 D7 507편을 조회해보니 결항입니다. 아마도 수요가 없어서 결항되었겠죠. 입국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레이시아를 가려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나 봅니다. 그럼 지금 팔고 있는 3월 13일 이후 출발 항공편들은 아마도 대부분 결항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입국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탈 수 있는 사람은 더 없을 테니까요.

결국 앞에서 보았던 16만원짜리 시드니 왕복 항공권도 5만원짜리 쿠알라룸푸르 왕복 항공권도 아직 날짜가 많이 남아서 상황이 호전될지 모르니 팔고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결항 결정을 늦게(또는 이미 결항이 예정되어 있더라도 늦게 공지하거나 시스템에 늦게 반영)하고 그동안은 그냥 계속 팔고 있는 것 뿐입니다.

항공편 결항 결정이 너무 늦다? - 대한항공 사례

대한항공 대양주 노선 비운항/감편 공지

대한항공은 홈페이지에 각 노선별 비운항과 감편 현황을 공지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드니 구간의 KE 121편은 3월 13일까지는 운항하지 않고, 3월 14일 이후에는 주 4회만 운항한다고 공지되어 있습니다. 투명하게 공지하는 것을 보니 역시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대한항공 3/14(토) 서울-시드니 편도 항공권 조회

3/14(토) 서울-시드니 항공권을 조회해 보았습니다. 좌석이 없다고 나옵니다. 스케줄 조회를 통해 운항편을 확인할 수 있다는군요. 한번 해보겠습니다.

대한항공 KE 121 3/14일 스케줄 상 정상 운항

스케줄을 보니 정상 운항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만석이라는 이야긴데... 과연 그럴까요?

대한항공 서울-시드니 편도 항공권 조회

3/16(월)을 제외하고는 항공권 가격이 표시되지 않고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의 의미는 운항편이 없거나 만석이라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감편 공지를 통해 주 4회 운항한다고 했으니 그럼 3/16(월)을 제외한 다른 3일은 만석일까요?

만석일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겁니다. 수요가 너무 없어 결항이 예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일 겁니다. 결국 대한항공도 구체적인 항공편의 결항 여부는 아주 임박해서야 알 수 있는 셈입니다. 비록 결항이 예정되어 있어서 항공권을 팔고 있지 않더라도 그걸 여행객이 미리 알 수는 없으니까요.

항공편이 취소되면 무료로 환불 가능 - 취소될 때까지 기다리자

그럼 항공사들은 왜 결항 여부를 미리 결정하고 알려주지 않는 걸까요? 미리 알려주면 서로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미리 알 수 있다면 두바이 출발인데 파리 가서 타는 스케줄로 바뀌어도 어떻게든 대처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항공사들도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에 우왕좌왕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비행편이 대부분 취소되어 매출은 급감해도 업무는 폭증해서 미처 정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거죠. 항공사들 입장을 생각해보면 딱하기까지 합니다. 아마도 코로나19 이후에는 여행 관련 산업 전반에 엄청난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말이죠. 결항 여부는 여행자들에게 좀 더 빨리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여행자들도 마음 졸이지 않고 빨리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항공편의 결항 시 여행자는 항공사가 제공하는 대체편으로 변경하거나 무료로 환불 받을 수 있습니다. 항공사가 제시하는 대체편이 내게 맞지 않는다면 무료 환불을 요청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결항 여부를 너무 늦게 알려주면 불안한 여행자는 기다리지 못하고 비싼 수수료를 물고 먼저 환불할 수도 있는 거죠. 설마 항공사들이 그걸 노리고 출발이 임박할 때까지 결항 사실을 숨기는 것은 아니겠죠?

어쨌든 이미 항공권을 구입한 여행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갈 수 없을거라 판단된다 해도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기다리면 비행편이 취소될 가능성이 상당이 높으니까요.

항공권 무료 변경?

에미레이트 3/31일까지 예약한 항공권 변경 수수료 면제

에미레이트를 비롯한 몇몇 항공사들은 무료 변경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무료 변경은 3월 출발만이 아니라 가을이나 심지어 내년 1월에 출발하는 여행도 해당합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여행을 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먼 미래의 여행까지 너무 위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에미레이트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무료 환불을 광고하고 있었는데요, 오늘 보니 무료 환불이라는 문구는 없어졌네요. 무료 환불은 실제로 여행 갈 가능성이 낮은 사람들이 악용할 소지가 너무 높기는 합니다. 그럼 항공사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고 실수요자가 항공권을 구입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하니 아쉽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료 변경은 꽤 참신한 시도입니다. 극도로 위축된 여행 수요를 어떻게 해서라도 끌어 올리려는 항공사들의 의지가 보이거든요.

트럼프 "유럽, 미국 입국금지..한국은 제외"

오늘 오전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3/13일 자정(현지 시간)부터 30일간 유럽에서의 미국 여행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상황이 개선되면 미국인들의 한국으로의 여행 제한을 재평가해 조기 해제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최근에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유럽의 상황을 반영한 조치로 보입니다. 지금은 미국이 유럽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하지만 얼마 안가 입장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는 그 불똥이 어디로 어떤 모양으로 튈지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안전하게 보이는 여행지도 며칠 후에는 불안할 수 있고, 지금은 한국 출발을 입국 금지해서 우리가 여행 갈 수 없는 나라도 반대로 그 나라가 너무 위험해 보여 우리가 여행을 안 갈 수도 있는 거죠.

코로나19 이후의 여행

전 세계가 다 같이 코로나를 극복하든 아니면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든 결국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일상으로 돌아오는 기미가 보인다면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는 폭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못한 여행을 하는 것도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 중에 하나이니까요.

여름 이후 가을이나 겨울 출발로 엄청나게 싼 항공권을 발견했다면 지금 구입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최악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로 여행을 갈 수 없는 경우에는 비행편이 취소될 가능성도 꽤 있으니까요. 그럼 무료로 환불 받을 수도 있는 거구요.

사실 무료 환불 가능성보다는 언젠가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당위성이 더 큽니다. 그리고 그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구요. 그 기간이 너무 길면 코로나19보다도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들이 세상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위에서 살펴본 4월 출발의 16만원짜리 시드니 왕복이나 5만원짜리 쿠알라룸푸르 왕복 항공권은 권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