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Icon

이런저런 이야기

코로나19 팬데믹 시뮬레이션, 사회적 거리두기 언제까지 해야 할까?

🕙 2020. 04. 02. 14:39

thumbnail image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주먹구구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장기전이고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기한이 없으며 백신/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아무래도 주먹구구의 시뮬레이션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너무 비관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로 인해, 정작 제가 꼭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이야기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오늘 다시, 조금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Animation explaining the impact of social distancing - 위키피디아

먼저 지난번에 본 그래프를 다시 보겠습니다. 의료 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감염자를 관리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래프입니다. 그런데, 이 그래프는 매우 큰 오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스케일 때문에 너무 안이하게 상황을 인식하게 되거든요.

코로나19 최악의 시나리오

먼저, 코로나19를 방치했을 경우를 가정해 보죠.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쯤에서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가서(개학도 하고, 예배도 보고, 클럽도 가고, 모임도 하고 말이죠) 감염될 사람들 감염되고 저절로 집단면역이 생겨서 상황이 종료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전세계에서 총 31억의 인구가 감염되고 3억의 인구가 사망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기간이 더 길 수도 더 짧을 수도 있을 거고, 집단면역이 생기려면 더 많은 숫자가 감염되어야 한다거나 또는 더 적은 숫자로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가능하겠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전체적인 규모를 보시기 바랍니다.

전세계 인구 중 3억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결과는 너무 끔찍하니 당연히 이는 피해야겠죠. 우리가 사회적인 거리두기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 거죠. 의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감염자 숫자를 억제하여 사망자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언제까지 시간을 벌어야 할까요?

의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

백신이나 치료제가 언제 개발될지 알 수가 없으니 일단 없다고 가정하고, 아주아주 낙관적으로 보아서 하루 100만명의 확진자까지는 감당 가능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오늘은 4월 2일이고 어제(4월 1일)의 전세계 신규 감염자는 79,232명, 신규 사망자는 4,656명입니다.(전 세계 일자별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코로나19(COVID-19) 실시간 상황판' https://coronaboard.kr/ 에서 가져왔습니다.) 지금 이 숫자도 상당수 국가에서는 의료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이니 이보다 10배 이상 큰 하루 100만명 이상의 확진자를 전세계 의료시스템이 감당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냥 무식하게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만명에 도달한 후에는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그래프를 그려보았습니다. 2022년 5월 31일까지 전세계 인구의 약 10%인 7.7억명이 확진됩니다. 10%만으로는 집단면역이 힘을 발휘할 수 없으니 집단 면역을 위해서는 훨씬 더 긴 기간이 필요하겠죠.

의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1일 확진자 100만명)으로 기울기를 평평하게 하려면 10년의 기간이 필요

앞의 두 그래프를 같은 스케일로 다시 그려보았습니다. 좌측의 그래프를 의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하루 확진자 100만명)으로 평평하게 하니 오른쪽 그래프처럼 10년 가까운 기간이 필요합니다. 만약 의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하루 확진자를 지금 수준(약 8만명)으로 본다면 100년이 훨씬 넘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 그림을 다시 보죠. 이 그림은 의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을 나타내는 선이 너무 높은 곳에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는 X축에 거의 붙어있을 수 밖에 없는데 말이죠. 당연히 같은 면적을 만들려면 그래프가 오른쪽으로 엄청나게 확장돼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아주아주 오랫동안 해야 한다는 거죠.

결국 코로나19 사태의 해결 방법은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 밖에 없습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는 그래프를 평평하게 하고 버티는 수 밖에 없는 거죠. 방심하고 삐끗하면 3억이 사망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글의 결론을 다시 상기하며 글을 마칩니다.

- 무조건 장기전이다. 장기전을 피하는 방법은 3억 이상의 인명 피해 밖에 없다.

- 사회적 거리두기, 개인위생 관리는 무조건 철저히 해야 한다. 기한은 없다.

- 일도 취미도 다른 어떤 것도 장기전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일을 하거나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취미도 마찬가지다.

-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위생용품 생산은 대폭 늘려야 한다. 이런 사업을 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창업해라. 꽤 오랫동안 수요가 보장될 테니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 백신/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