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보인다
항공권 가격은 언제 쯤 싸질까?
🕙 2023. 01. 09. 15:04

지난 주말, 패키지가 아닌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가까운 지인에게 일본 여행을 추천했습니다. 가깝고 자유여행의 난이도도 가장 낮기 때문입니다. 일본을 추천하며 항공권은 제가 찾아봐 주겠다고 장담했는데요. 3주 전쯤 '일본, 이제 슬슬 갈만 합니다!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에서, 일본은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해서 다녀오는 대표적인 여행지이고 LCC는 출발이 임박한 싼 항공권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단거리 LCC 항공권을 이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싼 가격의 항공권에 맞춰 여행지도 결정하고 날짜도 맞추는 것이라며 이제 슬슬 그런 여행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제가 쓴 글이 무색하게 글을 쓴 지 벌써 3주나 지났는데 항공권 가격이 아직도 너무 비싸더군요.
구글 플라이트에서 서울 출발로 향후 6개월간 최저가 왕복 항공권 가격을 지도에서 보니, 20만원의 후쿠오카와 27만원의 구마모토를 제외하면 모두 너무 비싼 가격입니다. 물론, 이게 정확한 가격은 아니고 더 싼 가격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략의 가격을 판단하기에는 꽤 유용한 정보입니다.
실제로 항공권을 검색해 보면 지도에 나와있는 도시 중에는 후쿠오카를 가는 항공편은 꽤나 많지만 다른 도시를 가는 직항은 거의 없는데요. 구마모토의 경우 티웨이항공이 1월 5일부터 주 3회 취항하며 그나마 다른 도시에 비해 가격이 쌉니다. 코로나 이전, 국내 LCC들은 경쟁적으로 일본 구석구석에 취항했었는데요. 일본 여행의 빗장이 풀린지 벌써 3개월이나 됐는데 왜 아직도 예전처럼 취항지를 늘리지 못하는 걸까요?
뉴스를 검색해 보니 일본의 경우 보안 검색 요원의 부족으로 공항이 매우 혼잡하다는 1월 3일 자 KBS 뉴스가 있고,
LCC 업계 관계자는 무비자가 풀리면서 일본 탑승률이 90% 이상이어서 증편을 해도 무리가 아니지만, 현지 인력 부족과 조업사정 등으로 증편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좀 더 찾아보니 현지 인력 부족으로 증편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11월 30일 자 뉴스토마토 뉴스도 보입니다.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일본의 뉴스도 검색해 보니 오키나와 관광 부흥을 위해서는 인력 부족 해소가 절실하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결국 LCC들은 취항지를 늘리고 싶어도 일본의 공항 인력 부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수요는 코로나 이전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되었지만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니 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 변화에 대한 일본의 대응이 우리나라보다 느린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항공사들은 이 상황이 그리 싫지는 않을 겁니다.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 반도체 회사들의 이익이 늘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게다가 공급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마치 담합과 같은 효과를 주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 정부가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머지않은 시기에 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되겠죠. 그럼 LCC들은 경쟁적으로 증편과 함께 취항지를 늘려갈 테고 그럼 가격도 내려오겠죠. 마치 반도체 가격이 비싸면 증산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것처럼 LCC들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공급을 늘릴 겁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며 이익이 줄지만 담합이 없는 한 공급은 늘어나는 것처럼 말이죠.
자, 그럼 일본행 항공권 가격은 그렇다 치고 전반적인 항공권 가격은 언제쯤 싸질까요?
항공권 하나 보고 가죠. 이름도 생소한 LEVEL이라는 항공사의 바르셀로나 - 보스턴 직항 왕복 항공권이 겨우 19만원입니다. LEVEL은 국제 항공 그룹(IAG, International Airlines Group 영국의 영국항공과 스페인의 이베리아 항공이 공동으로 경영하는 항공 회사)이 소유한 장거리 전문 LCC입니다. 아무리 LCC라 해도 대서양 횡단 왕복 항공권이 19만원이라는 가격은 너무 싼 가격입니다.
카약의 19만원이 쓰여있는 가격 확인 버튼을 눌러 다시 검색해 보니 부엘링도 19만원이고 이베리아항공도 꽤나 싼(? 비록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이지만) 가격입니다. 그런데 비행 시간을 보니 LEVEL, 부엘링, 이베리아항공에서 파는 항공권들이 모두 같은 항공편을 타는 항공권이네요. 단지 파는 항공사만 다를 뿐입니다. 부엘링도 이베리아항공의 자회사이니 뭐 이상할 것은 없는데요.
참고로 이 항공권을 구입하고 싶다면 LEVEL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같은 비행기 타고 가고 위탁수하물이 별도인 것은 셋 모두 동일한데, 부엘링에서 구입하면 기내 수하물도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LEVEL과 이베리아항공은 10kg의 기내 수하물을 포함하고 있거든요.
바르셀로나에서 보스턴을 가는 항공권은 앞에 소개한 LEVEL 외에 탭포르투갈도 싸게 팔고 있습니다. 탭포르투갈은 포르투갈 리스본을 허브로 둔 풀 서비스 항공사입니다. 리스본 스톱오버도 무료라 왼쪽 파란 박스의 항공권처럼 리스본 스톱오버 후 뉴욕과 보스턴을 출도착 다른 여정으로 여행하고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는 항공권도 31만원까지 가능합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보스턴을 다녀오는 항공권들의 놀라운 가격은 대서양을 횡단하는 항공권들은 이미 코로나의 영향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미국이나 유럽의 항공 시장은 벌써 꽤 오래전부터 정상화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조금 늦습니다. 뒤늦게 빗장을 푼 일본도 그렇지만, 지금 한국 출발 장거리 항공권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요인은 중국입니다. 코로나 이전 항상 최저가를 자리를 차지하던 중국 항공사들이 아직 시장에 보이지 않거든요.
하지만 중국도 이제 빗장을 풀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게임 체인저가 되었듯이, 지금의 중국은 매우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기에 중국 시장도 활짝 열리고 중국 항공사들도 경쟁에 뛰어들겠죠. 그럼 지금보다는 훨씬 경쟁이 치열해질 테고 당연히 항공권 가격도 싸질 겁니다. 물론, 한국 출발 장거리 항공권은 중국 외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영향을 추가로 받습니다.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지 못해 멀리 돌아가야 하니까요.
반면, 대서양을 횡단하는 항공권은 러우 전쟁의 여파도 거의 없으니 이제는 대부분의 악재가 사라진 셈입니다. 결국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서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고 러우 전쟁도 어떻게든 마무리된다면 한국 출발 항공권도 코로나 이전의(어쩌면 더 싼 가격을) 가격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