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보인다
항공권을 무료로 양도할 수 있다구?

우연히 보았습니다. eDreams에서 항공권을 구입할 때 약간의 비용을 더 내면 항공권을 자유롭게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제가 알고 있는 상식과 너무 동떨어진 것인데요. eDreams는 도대체 어떤 묘수를 쓰기에 항공권의 양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럼, 쌀 때 사 놓았다가 비쌀 때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겠네요? 마치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의 암표처럼요.
7월 출발로, 티웨이의 대구 출발 방콕 왕복 항공권이 18만원입니다. 네, 방콕까지의 거리를 생각하면 정말 싼 가격입니다. 비록 위탁 수하물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10kg의 기내 수하물이 포함된 가격이고 또 직항이니 가성비 하나는 끝내줍니다.
구글의 가격확인 버튼을 누르고 가 보았습니다. eDreams가 가장 싼 18만원이고, 항공사인 티웨이 홈페이지에서는 2만원 좀 넘게 비싼 가격인데요. 이 정도 가격차라면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이런 가격이라면 환불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환불이 가능해도 환불 금액이 얼마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어차피 일정대로 가야 한다면, 즉 취소나 변경이 거의 의미가 없다면,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2만 몇 천원을 더 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요? eDreams에 대해 잘 몰라도, 혹시 아무리 악명이 높더라도 말이죠. 그냥 일정대로 간다면 별일 없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런데. eDreams에 가 보았더니 "Flex"와 "Super Flex"라는 것이 있는데요. 2만원 쯤 더 내고 Flex를 선택하면 계획 변경 시 다른 사람에게 자유롭게 항공권을 양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Super Flex를 선택하면 환불도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먼저, 항공권 양도가 정말 놀랍습니다. 원래 항공권은 예약된 사람만 탑승할 수 있거든요. 가끔 스펠링을 조금 잘 못 쓴 경우에는 무료 또는 일부 수수료를 내고 변경할 수는 있지만, 양도는 정말 다른 이야기입니다. 거의 모든 항공사는 항공권의 양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eDreams는 모든 항공권을 몇 만원만 더 내고 Flex 옵션을 선택하면 양도가 가능하다고 광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단에, 이용 약관이 보이네요. 이럴 때는 당연히 살펴봐야죠.
성명 변경을 위해서는 정확히 동일한 항공편이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뭐 이건 당연한 거죠. 항공편이 달라지면 성명 변경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아래로 내려보면 "성명 변경으로 인한 새 항공권의 가격이 기존 항공권보다 높은 경우 차액을 지불해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또 중간에 보면, "동일한 항공편에 새 항공권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됩니다."라는 문구도 있네요.
아하,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이건 성명 변경이 아니네요. 기존의 항공권을 취소하고 새로운 항공권을 발권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다른 사람을 데려오면 당신이 구입한 항공권 가격만큼을 새 항공권의 구입 비용에 쓸 수 있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일종의 환불 보장을 해 주는데, 대신 다른 사람을 데려오라는 거죠. 물론, 동일한 항공편의 항공권 가격이 50만원으로 뛰었다면 차액인 32만원은 더 내야 합니다.
그럼, 이게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환불이 불가능한 항공권이라면, 이렇게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좋을 수도 있을 텐데요. 문제는 고객이 직접 대타를 구해올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지 않을까요?
사실, "Flex"에서 이야기하는 항공권 양도는 일종의 보험입니다. 2만원쯤 보험금을 내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조건으로 나는 환불을 받는 상품인 거죠. 엄청나게 낮은 확률을 뚫고 다른 사람을 찾아서 데리고 와야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으니 보험금이 그리 비싸지 않은 2만원쯤 하는 거죠.
이번에는 "Super Flex"를 살펴보죠. 아직 갈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죠. 이벤트 운임이라 다른 곳에서 구입하면 환불이 거의 안된다는 전제(그래도 세금은 거의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에, 8만원쯤 더 내고 "Super Flex" 옵션을 선택하면 언제든지 환불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데요.
약관을 살펴보면, "예약 여행 비용에서 20%의 수수료를 뺀 금액을 환불"한다고 합니다. 그럼, 26만원을 주고 "Super Flex"를 선택하면, 약 5만원을 제한 21만원 정도를 환불받을 수 있는 걸까요?
아래로 좀 더 내려보면, "예약 수수료 또는 기타 요금"은 환불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이해를 돕기 위해 ChatGPT에게 정리해 보라고 시켰습니다. "Super Flex"를 선택하고 26만원을 지불했어도, 환불 대상 금액은 기본 금액 즉, 18만원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18만원에서 20%을 제하고 환불해 주는 거죠.
그럼, 나는 26만원을 지불했는데 12만원 가까이 돌려받지 못하는 셈입니다. 비율로 치면 절반 이상을 돌려받는 것이니까 뭐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원래, 18만원만 냈으면 되는 항공권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18만원을 내면 되는 항공권이었는데, 혹시 모를 환불을 위해 26만원을 내고 14만원을 돌려받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환불 불가 항공권이라 하더라도 공항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즉, 18만원 중에도 항공 운임과 유류할증료를 제외한 인천과 방콕의 공항세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환불을 위해 "Super Flex"를 선택할 이유는 전혀 없어 보입니다.
그럼 이건 뭘까요? "Flex"의 "항공권 양도"나 "Super Flex"의 "환불" 모두 일종의 보험일 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거의 의미 없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별로 손해 볼 일 없는 보험 상품인 셈이죠. 그런 보험 상품을, 소비자를 현혹하는 과장 광고로 판매하고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Ryanair의 제소로 2024년 베를린 지방법원은 eDreams Flexfare를 오해 소지가 있는 광고로 금지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경우에 악명 높은 글로벌 OTA들이 가장 싼 경우가 많은데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라도 환불이나 일정 변경 가능성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불이나 일정 변경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에 한하여, 다른 구입 옵션보다 충분히 싼 경우에만 구입 옵션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사이트에서 현혹하는 "Flex" 같은 상품은 거의 대부분 별 의미 없는 보험 성격의 상품일 가능성이 높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