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만큼보인다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비행기를 취소했다면? 하와이안항공 인천-호놀룰루 운항 중단 사태를 통해 알아보는 현명한 대처 방법
🕙 2025. 08. 19. 18:12

갑작스러운 비행기 결항 통보,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항공사가 갑자기 운항을 중단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상 악화나 기체 결함으로 특정 날짜의 항공편만 갑자기 취소되기도 합니다. 항공권 예약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하던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런 날벼락 같은 소식에 당황하곤 합니다. 항공사나 여행사로부터 받는 안내는 대부분 "운항이 취소되었으니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받으세요"라는 내용입니다.
많은 분들이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취소'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권리를 잃게 됩니다. 만약 취소 대신 '변경'을 요구했다면, 추가 비용 없이 다른 항공편을 타고, 가끔은 더 좋은 항공사나 스케줄로 원래의 목적지로 떠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최근 하와이안항공은 11월 21일 이후 인천 - 호놀룰루 구간의 운항을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메타온메타의 고객 중에도 운항 중단의 여파로 여행 계획이 꼬인 분이 있더군요. 오늘은 항공사의 일방적인 운항 취소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하와이안항공의 운항 중단 사태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8월 11일, 5월 출발로 하와이안항공을 이용한 60만원대 미국 일주 항공권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문의가 있었습니다.
문의하신 분은 아마도 이런 항공권을 탐색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이 항공권은 7월 27일 처음 검색될 당시 62만원이었지만 며칠이 지난 후 조금씩 가격이 올라 10일에는 75만원, 12일에는 97만원까지 검색되었는데요. 이후에는 더 이상 검색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네요. 마지막 구간인 호놀룰루 - 인천 구간을 더 이상 운항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구입이 불가능한 항공권이거든요.
문의 글에 대한 답글과 답글에 추가한 항공권(서울 - 시애틀 2일(2박 3일) - 샌프란시스코 5일(6박 7일) - 서울, 최초 검색가 61만원, 지금은 78만원) - 메타온메타 게시판
당시, 하와이를 가지 않는다면 61만원까지도 검색된다며 아마도 하와이안항공이 먼 미래의 '인천 - 호놀룰루(호놀룰루 - 인천)' 구간의 싼 좌석을 숨겨놓은 것 같다고 답글을 달았는데요.
나중에 보니, 운항 중단 발표 전에 미리 좌석을 숨겨놓은 것이었습니다. 운항 중단 발표는 하와이 시간으로 12일 오후 6시(한국 시간 13일 오후 1시)에 이루어졌거든요.
사실 이 공지도 게시판 문의 글 덕분에 알게 되었는데요. 내년 1월 부모님과의 여행을 위해 호텔을 포함한 예약을 다 해 놓았는데, 운항 중단을 이유로 항공권이 강제 취소되었다며, 다른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는데 너무 비싸서 도와달라고 하는 글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이 분은 이미 여행 계획을 다 세워 놓았고 또 호텔까지 예약한 상태라면 항공권 '취소'에 동의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사실 이 공지도 조금은 찾기 힘들게 되어 있고 또 "추가 비용 없이 일정을 변경하세요"라는 조금은 애매한 표현으로 환불이 최선인 것처럼 보이는데요.
환불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여행사들에게 항공사가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토파스웹에 올라온 하와이안항공의 공지를 보면 인천 - 호놀룰루 구간을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코드셰어편으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이라면 하와이안항공 보다 대한항공을 더 선호할 테니 더 좋은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왜 처음부터 변경을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항공사 입장에서는 환불이 가장 싼 해결책이기 때문입니다. 잘 모르는 여행자들에게 일단 환불을 유도하는 거죠.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대체편을 제공하고요.
승객이 '환불'에 동의하는 순간, 항공사 입장에서는 목적지까지 승객을 운송해야 할 계약상의 책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책임은 이제 온전히 항공권을 다시 구해야 하는 승객에게 넘어오는 거죠. 내가 환불받고 다시 항공권을 알아보는 사이, 나와 같은 처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대체 항공권을 검색하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수요가 몰리면서 남은 좌석의 가격이 치솟아 결국 환불받은 금액으로는 어림도 없는 비싼 가격에 다시 표를 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여행을 취소하고 싶지 않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대체편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항공사의 귀책 사유(운항 중단, 기체 결함 등의 이유로 운항 취소 등)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므로, 항공사는 승객을 원래 목적지까지 운송할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미리 대체편을 찾아두면 좋습니다. 스카이스캐너 등의 항공권 검색 사이트에서 내 원래 일정과 가장 비슷한 다른 항공사의 항공편을 찾아보고, 상담원에게 "O월 O일 XX항공의 XXX편이 있는데, 이 항공편으로 변경이 가능한지 확인해달라"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거죠.
항공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체편은 자사 항공편입니다. 다른 시간대 또는 다른 날짜의 항공편으로 바꿔 주는 거죠. 하지만, 이번처럼 운항 중단의 경우에는 자사 항공편이 없기 때문에 다른 경로(도쿄나 오사카 경유)나 다른 항공사(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로 대체편을 제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액은 전적으로 항공사가 부담합니다.
토파스웹 공지에는 대한항공과 도쿄 또는 오사카 경유로의 변경을 안내하고 있는데요. 승객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지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도쿄 또는 오사카 경유는 경유니까 불편하고, 대한항공도 비행 스케줄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을 텐데요. 만약 아시아나의 스케줄이 가장 마음에 든다면 아시아나로 바꿔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여행사에서 구입한 항공권이라면, 아시아나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여행사가 쉽게 들어주기는 어려울 겁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항공사가 미리 공지한 방법(대한항공 또는 도쿄/오사카 경유)이 아닌 다른 대체편은 항공사의 허락을 따로 받아야 하거든요. 만약, 여행사가 합리적인 요구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항공사 고객센터에 직접 연락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여행사에서 구입한 항공권의 일차적인 연락 창구는 해당 여행사이지만 최종 책임은 항공사에 있거든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탈 비행기가 취소되는 경우, 당황해서 '환불'에 덜컥 동의하지 마세요. 합리적인 수준의 '대체 항공편'을 요구해 보세요. 항공권은 '계약서'이자 승객의 '권리'입니다. 우리가 구매한 항공권은 '나를 지정된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한다'는 항공사와의 계약서입니다. 항공사가 자신의 사정으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추가로,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항공사와 직접 소통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여행사를 통해 구입하면 소통 과정이 한 단계 더 추가되기 때문에, 복잡하고 또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공권을 구입할 때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와이안항공의 미국 일주 항공권 몇 개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먼저, 운항이 중단되기 전에 인천 - 호놀룰루(또는 호놀룰루 - 인천) 구간을 탑승할 수 있다면 하와이를 포함한 미국 일주가 여전히 놀라운 가격에 가능합니다.
운항 중단 이후에는, 하와이를 빼고 시애틀과 목적지를 다녀오거나, 시애틀을 두 번 여행하며 목적지를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하와이를 가지 않아도 놀라운 가격은 여전합니다.
약 20일 전, '하와이와 미서부(시애틀/샌프란/LA) 일주 62만원, 위탁 수하물 2개 포함, 전 구간 풀서비스 항공사 직항'에서 "62만원 정도로 하와이와 미국 본토를 모두 여행하는 것은 지금 아니면(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거의) 불가능하지 싶습니다. 주변에 하와이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이(주로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 꽤 있을 텐데요. 미국 본토 여행과 함께 로망을 풀어드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라고 하며 글을 맺었는데요. 미래에도 거의(혹시 미래에는 복항할 수도 있으니까)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에 입증된 셈입니다.